"조금은" 코엑스몰 반디 옆에 있는 CD, DVD 가게에 들어갔다가,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오는데, 작년에 문학사상사에서 이쁜 표지로 내놓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놓여있었다. 그냥 가져가도 된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들고 나왔다. 오늘 지하철에서, 이 녀석을 읽는데, 눈앞에 나보다 머리 하나쯤 더 키가 큰 여자가 서 있었다. 원서로 소설을 읽으면서 아이팟에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었다. 원서에는 "Dan Cody" 이라는 단어에 연필로 "mining tycoon" 이라고 주석이 달려있었다. 열심히 공부하는 오피스 걸로 보였다. 이름있는 외국계회사에서 근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녀의 일상이 그려졌다. "아침마다 회사에서는 외국인 강사를 모셔다가 강의를 듣는다. 오늘 저녁에는 강남역 더블린에서 맥주를 먹기로 약속했다. 남자친구는 아직" 등등. 계속 생각해보았지만, 알고보니 사실 그녀는 처녀실업자였고, 오늘도 회사가 아닌 학원으로 가는 길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게 상상해보는거, 별로 쓸데없는 일이지만, 지하철에서 따로 할일도 없으니까. 가끔 생각나면 하는 "항문조이기" 정도 말고는. 어쨌든, 하루키를 읽으면 다시 포근해지곤 한다. |
